890 단어 번역하는 일감을 받았다. 제목에는 계약서, 법률이라고 되어 있어서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지금은 더운물 찬물 가릴 때도 아니고, 뭐 찔러는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수락 단추를 눌렀다.

자동차 관련이고, 무공해 차량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인 간 계약서는 아니었고, 검색하다 찾아보니 인터넷에도 공개된 문서다. 어려운 단어는 없지만, 한 문장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첫 문장은 다섯 줄인가 여섯 줄이다. 게다가 영어 원문은 단락 구분도 안 되어 있고, 마지막 문장은 어디가 잘려나간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 문장까지 번역하고 다시 살펴 보는데, 보고 또 볼 때마다 잘 못된 곳이 툭툭 튀어 나와  가슴을 쓸어 내리고 다듬을 곳도 슬며시 나타나 발목을 잡았다.

번역을 하면서 이것저것 든 생각은,

1. '법률 번역에서는 가독성보다 정확성이 우선이다'란 말을 여러번 들었고, '단어 하나도 빼 놓으면 안 된다'는  얘기도 들었기에, 번역하면서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2. 8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번역인데, 번역료가 25,000원이다. 계산해 보니 USD 0.025 per word 쯤 된다. 시간당 3,000원쯤 되니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번 영국회사에서 받은 일감은 USD 0.05 per word에 시간도 이렇게 급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경험이 없으니 어쩔 수 없겠지...그렇지만, 이런 가격으로 번역시장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퍽 안타까웠다. 

3.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발주 사이트에는 수락 단추를 누른 뒤 8시간 안에 끝내라고 초 단위로 시간이 줄어든다. 초침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 이렇게 짧은 시간에 긴장하면서 일하기는 싫은데... 

그래도 차질없이 시간 안에 끝내서 보냈으니, 수고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해본다. 이런 번역 맡아서 한 건 처음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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