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스턴, 리 크래비츠|출판갈마바람|2019.3.25.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이제 낯선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별적인 복지혜택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기본소득으로서 지급하자는 복지 정책은 얼마 전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기면서 대중은 충격을 받았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리라는 위협을 느꼈다. 이와 더불어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이 더욱더 커지고 있어 소득 재분배 문제도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기본소득이 정책적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 논의는 걸음마 단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풍성하게 해 줄 좋은 밑거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는 여러 분야 사람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책에 담았다.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현재 미국에서 기술발달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고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인터뷰 내용과  그 밖에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견해를 종합하여, ‘기술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쟁점을 놓고 세 가지 견해로 나누었다. 세 가지 견해를 보면, 과거 산업혁명에서 보듯이 예전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 기술 발전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도록 점진적으로 대응하자는 견해, 그리고 일자리가 사라지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저자는 근본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견해이며, 그 해결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주 저자인 앤디 스턴은 오랫동안 북미 서비스노동조합(SEIU) 조합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포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리치먼 센터의 로널드 페럴먼 연구원으로서 노동의 미래를 연구한다. 저자의 약력을 보고서, “이런 경력이 있는 사람이니 노동자 쪽에서만 바라보기에 기본소득을 찬성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연대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라는 문제를 놓고 지금 단계에서 너무 세세하게 다루다 보면, 정치적 견해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지금은 기본소득이 정말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더 확산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본소득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문제도 책에서 다루긴 하지만 깊게 들어가진 않았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스물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이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기를 부탁했다. 이를테면, “기본소득을 받을 근본적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고 믿는가? 또한 노동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놓고 저녁 식사 자리, 인터넷, 학교에서 얘기해 보라고 한다. 스물두 가지 질문에는 미국에 관련된 질문도 있지만, 위 질문처럼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질문도 많다. 따라서 국내 독자도 이 책에 담긴 여러 질문을 깊이 생각해 보면서, 기본소득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사회적 논의를 넓혀갈 수 있으리라 본다.

 

 

 

 

 

 

 

+ Recent posts